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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언어 패턴으로 본 조기 진단

by 송은콩 2025. 9. 27.

 

오늘은 말투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신호를 주제로 치매 환자의 언어 패턴으로 본 조기 진단을 이야기해볼 예정입니다.

 

치매 환자의 언어 패턴으로 본 조기 진단
치매 환자의 언어 패턴으로 본 조기 진단

 

왜 언어 변화가 치매 신호일까?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만 약해지는 병이 아니다. 사고력, 판단력, 언어 능력까지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조금씩 영향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언어는 가족들이 가장 먼저 눈치챌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다.

평소 잘 쓰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말이 자꾸 반복되고, 문장이 어색하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단순한 건망증이나 나이 탓으로만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언어는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작용해 이루어지는 복잡한 활동이다. 단어를 떠올리고, 문장을 만들고, 발음을 하는 과정 모두가 뇌의 협력 속에 일어난다. 따라서 치매로 인해 뇌 기능이 약해지면 가장 먼저 언어에서 작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언어 속에 드러나는 치매의 작은 단서


1) 단어가 자꾸 반복된다

치매 환자는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밥, 밥, 밥 먹자”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대화 중 같은 표현을 계속 쓰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단어를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미 입에 붙은 단어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또한 같은 질문을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무슨 요일이야?”라고 묻고, 몇 분 뒤에 또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 기억이 약해져 대화를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2)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치매 환자의 말투를 들어보면 문장의 구조가 어색하거나 연결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저기 그거… 시장 갔다가, 아니 집에… 음…”처럼 중간에 멈추거나 말을 돌려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보이지만 점차 진행되면 문장 자체가 단순해지고 짧아진다. 복잡한 설명을 하기 어려워지고, ‘주어+서술어’ 구조만 남아 간단한 말만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3) 단어가 자꾸 떠오르지 않는다

치매 환자는 흔히 “그거 있잖아”, “저기 그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머릿속에는 말하고 싶은 대상이 있지만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잦아지면 대화가 길어질수록 표현이 애매해지고, 결국 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리모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TV 켜는 거, 손으로 누르는 거”라고 길게 설명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가족이 듣기엔 답답하지만, 환자 본인은 더 큰 불안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4) 발음과 억양의 변화

언어의 문제는 단어 선택뿐 아니라 발음과 억양에서도 나타난다. 평소와 달리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목소리의 톤이 단조로워지기도 한다. 말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반대로 불필요하게 빨라지는 것도 뇌의 변화로 인한 신호일 수 있다.

 

가족이 대화할 때 기억해야 할 점

1)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치매 환자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더듬더듬 말할 때, 가족이 대신 답을 해주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너무 빨리 끼어들면 환자가 스스로 말하려는 의욕을 잃게 된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2) 짧고 분명하게 말한다

치매 환자는 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방에 가서 서랍 열고 안에 있는 약통을 가져와”라고 말하는 대신 “약통 가져와 주세요”처럼 짧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방식은 환자가 혼란을 덜 느끼게 돕는다.

 

3) 눈을 맞추고 천천히 말한다

환자는 단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말하거나 뒤에서 불쑥 말을 건네면 혼란이 커진다. 반드시 눈을 맞추고 천천히 말해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이해를 돕는 차원을 넘어,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4) 감정을 존중한다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같은 단어만 쓸 때, 가족은 짜증이 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그게 궁금하셨구나”처럼 환자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대화가 필요하다.

 

5) 기록하고 관찰한다

환자의 언어 변화는 치매 조기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가족이 환자의 말투를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면, 병원 진료 시 큰 도움이 된다. 단어 반복 횟수, 문장의 끊김 정도, 질문의 빈도를 기록하면 의사가 진행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신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특히 언어는 뇌 기능의 변화를 가장 빨리 드러내는 창과 같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문장이 어색해지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현상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치매의 신호일 수 있다.

가족이 환자의 언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할 때 환자는 불안을 덜 느끼고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 전문의와 상담한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의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