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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꿈: 왜 치매 환자는 꿈을 현실로 착각할까?

by 송은콩 2025. 9. 27.

 

오늘은 수면 중 뇌 변화와 착각 현상 이해하기를 주제로 치매와 꿈: 왜 치매 환자는 꿈을 현실로 착각할까?를 이야기해볼 예정입니다.

 

치매와 꿈: 왜 치매 환자는 꿈을 현실로 착각할까?
치매와 꿈: 왜 치매 환자는 꿈을 현실로 착각할까?

 

치매 환자가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이유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어제 누가 집에 왔다 갔어”라거나 “방금 나갔던 사람이 어디 갔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은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놀라거나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그 경험이 너무도 생생해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치매로 인해 뇌가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가면서 발생한다. 특히 수면 중 꾸는 꿈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이 강하다. 꿈에서 본 장면이나 대화는 깨어난 후에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는다. 건강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꿈이었지”라고 구분하지만, 치매 환자는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 꿈의 기억을 현실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치매 환자는 최근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약해져 현재 일어나는 일을 잘 잊어버린다. 반면 꿈의 기억은 강렬한 감정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실제 같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가족이 아무리 “그건 꿈이에요”라고 설명해도 환자는 믿기 어려워한다.

 

수면 중 뇌의 변화와 착각 현상

우리 뇌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활발히 움직인다. 특히 렘수면이라 불리는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가 깨어 있을 때처럼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때 뇌는 낮에 경험한 정보와 감정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기억은 지우고 중요한 기억은 남기는 일을 한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뇌가 정보를 정리하는 힘이 약해져 꿈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히 나누지 못한다. 그 결과, 꿈속에서 본 장면이 깨어난 뒤에도 ‘현실 기억’ 속에 끼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꿈에서 옛날 직장 동료와 대화하는 장면을 본다면, 아침에 일어나 “오늘 아침에 회사 사람이 다녀갔다”고 말할 수 있다. 환자에게는 그것이 꿈이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실제 경험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또한 치매 환자의 뇌는 낮과 밤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밤중에 자주 깨거나 낮에 졸리는 일이 반복되면 뇌는 더 큰 혼란을 겪는다. 이 역시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원인이 된다.

 

가족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

치매 환자가 꿈과 현실을 혼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교정하려고 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 환자에게는 그것이 진짜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가족이 부정하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아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다. 환자가 “어젯밤에 도둑이 들어왔어”라고 말한다면, “그런 일 없었어요”라고 단정하지 말고 “무서운 꿈을 꾸셨구나, 그래서 놀라셨겠다”라고 공감하는 것이 좋다. 환자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는다.

 

둘째,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 환자가 꿈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어요?”라고 묻고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환자가 불안한 기억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셋째, 수면 환경을 개선한다. 밝은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방을 어둡게 하여 낮과 밤을 뚜렷하게 구분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면 꿈과 현실의 혼동이 줄어든다.

 

넷째, 긍정적인 경험을 쌓는다. 낮 동안 즐거운 활동을 하면 환자의 기분이 안정되고, 밤에 꾸는 꿈도 비교적 평온해진다. 가족과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안전 장치를 마련한다. 환자가 꿈을 현실로 착각해 갑자기 집 밖으로 나가려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에 안전 장치를 달거나 가족이 곁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가 꿈을 현실로 착각하는 것은 단순히 상상력이 풍부해서가 아니다. 수면 중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약해지고, 기억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가족이 해야 할 일은 환자의 착각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감정을 공감하고 불안을 줄여주는 것이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과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환자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치매 환자가 꾸는 꿈은 우리 눈에는 단순한 상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진짜 현실이다. 그 현실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함께해 줄 때, 환자도 가족도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